#1 #2 #3 #4


천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무지개다리로 불리는 아치형 다리가 있다. 삶을 마감한 개는 푸른 초원이 펼쳐진 그 곳에서 모든 걱정을 내려놓는다.

늙은 개는 젊어지고 아픈 개는 건강을 되찾는다.

하지만 천국에 입주한 녀석들도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소중한 사람을 이승에 남겨둔 채 이곳에 먼저 와버렸다는 것.

그렇게 그리움만 쌓여가던 어느 날, 한 마리 개가 동작을 멈추고 반대편을 응시한다. 코를 벌렁거리며 익숙한 냄새를 알아차린다.

녀석은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무리에서 벗어나 바람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한다. 

날아갈 듯 발걸음이 빨라진다. 개가 향하는 곳에 누군가 서 있다. 바로 당신 이다.

마침내 당신과 개는 재회한다. 개는 꼬리를 흔들며 당신의 얼굴을 핥는다.

당신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개의 눈을 들여다본다.

오롯이 당신만을 신뢰하는 눈동자.

어느새 당신과 개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다. 당신이 개를 얼싸안고 무지개다리를 건너며 말한다.

"오랫동안 네 눈동자를 보지 못했지만 난 한순간도 널 잊은적이 없단다. 이제 두 번 다시 헤어지지 말자꾸나....."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라는 책 중 작자 미상의 글이 라며 소개해 준 글이다.

그냥 저냥 읽고 있었는 데 나도 모르게 감정 이입이 되서 눈물이 고인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키우는 강아지는 12살이고 이름이 쭈돌이다. 이제 무지개 다리를 건널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인지도 모른다.

쭈돌이가 처음 우리집 식구가 된 건 12년전 이다. 

같이 일하는 친구가 6개월 키우던 개를 와이프가 임신하는 바람에 내가 입양했다.

쭈돌이의 이름은 원래 쭈쭈 였다.

쭈쭈쭈 하면 온다고 해서 쭈쭈 란다. 정말 왔다.

한 동안 그렇게 부르다가 뭔가 이름이 야시꾸리?해서 쭈돌이로 바꿨다.

쭈돌이를 처음 입양한 날 집에 데려갔더니, 마님이 깜짝 놀랜다.

너무 크지 않냐고. 자기는 요크셔테리어 라고 해서 정말 조그만 미니견인 줄 알았단다.

솔직히 나도 많이 놀라긴 했다. 오죽 했으면 동물병원가서 "이거 잡종아닌가요?" 하고 물었으니까.

그렇게 쭈돌이가 우리 식구가 되고 벌써 12년이다.

우린 아이가 없으니까 내 자식이나 진배없다. 남들이 자식들 얘기 하면 난 꿋꿋히 쭈돌이 얘기 한다. 내 자식이니까.

너무 에너지가 넘쳐서 가만 좀 있으라고 사정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잘 뛰지도 않는다.

잠깐 움직이다가 그냥 내 곁에 눕는다. 이젠 많이 힘든가  보다. 잘 놀아주지도 못했는데...

다른 강아지들은 매일 산책하는 데, 울 쭈돌이는 산책을 많이 못 시켜 주고 거의 집에서만 키웠다.

큰맘 먹고 산책 시켰다가 모낭충에 걸려 고생한 일이 있어서 섯불리 못 데리고 나갔다.

그래서 그런지 겁이 많다. 사회성이 부족한가? 그게 가장 맘이 아프다.

다행히 쭈돌이는 차 타는데 힘들어 하지 않아 전국 여행을 다 다녀 봐서 그걸로 위로 삼는다.

해외 까지는 못 데리고 가 봤지만, 그래도 화물칸이긴 해도 제주도 가는 비행기는 타 봤으니까.

다른 강아지도 마친 가지겠지만, 울 쭈돌이는 사람먹는 건 거의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 건강하기도 하다.

근데 후각이 발달 해 있으니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얼마나 궁금하겠는가?

지금은 그냥 저리 가라고 쫓아 버리는 데...

약속했다. 꼭 짜장면 한 그릇 씩 시켜서 같이 먹자고 .

아직은 남은 시간이 있으니까 차마 주지는 못하고 있지만....짜장면은 먹고 떠날 수 있게 해야지.

뭔가 우울했는데 울 쭈돌이 생각하며 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진정됐다.

원래는 베일리 어게인이라는 영화에 관해 쓸려고 했었는데, 쭈돌이 이야기로 가버렸네...

베일리어게인은 개의 윤회?에 관한 내용이다.

따뜻하고 아프고 따뜻하고 행복한 그런 감정의 반복이 계속 되는 영화다.

저 위 글의 개가 익숙한 향기를 맡는다는 문장에서 베일리어게인의 베일리가 첫 주인이 살던 동네에서 익숙한 향기를 맡을때의 순간과 오버랩된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책 읽다 말고, 막 써 대고 있다.

오랫동안 함께 해온 울 쭈돌이와도 위 글 처럼 끝나지 않는 만남을 기대 한다.

그 전에 쭈돌아....우리 함께 할 수 있는 남은 시간도 정말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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