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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생은 글렀어'

이번 명절에 고향에 갔다가 대학때 애인이자 친구를 만났습니다.

십 몇년 만에 만났는 데, 8살 난 아들이 있고, 결혼했다가 지금은 이혼한 상태라고 합니다.

대학때처럼 설렘은 없었지만, 과거 얘기들과 자신들이 살아온 얘기, 그리고 신세 한탄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새벽까지 술을 마신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이 설 당일 이다보니 어제 즐거웠다며 명절 잘 보내고 행복하라고 카톡을 보냈습니다.

그냥 보통 인사치레 하듯이 보낸 카톡 이었고, 당연히 너도 행복해~~~라고 오고 내년에나 다시 만날라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뜻밖에 답장이 왔습니다.

'이번생은 글렀어'...

평소 같으면 농담 삼아 힘든 걸 표현하는 구나 하고 받아 드렸을 겁니다.

근데, 이번엔 너무 가슴이 먹먹해 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살아온 생보다 남은 생이 더 많았던 어린 시절에는 힘들구나 하고 농담삼아 넘길 수 있는 얘긴데,

살아온 생과 남은 생이 거의 같은 나이가 되니, 저 말이 진심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나이 43세.....아직도 30년 이상은 살 수 있을 건데, 이번 생은 글렀다니....

그럼 그 친구는 무슨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 갈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카톡에 장문의 글을 썼습니다.

네가 5년만 너에게 투자하면 정말 너 자신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을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니 인생을 변화 하는건 가능하고....

니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진짜로 행복해 질거고.....

내가 아는 명언이 있는데.....

니가 행복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니 아들도 행복한 생각을 할 거고.....

아직 포기 하기엔 이르다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하지만 전송을 누르진 못 했습니다.

내가 너무 오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가 알면 얼마나 더 안다고, 그냥 장난 일 수 도 있는데, 내가 너무 앞서 가는 건 아닌지 라는 생각 때문 에요.

설령 진심이라고 해도 제가 얘기를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래도 덕분에 한 가지 느낀건 있었습니다.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에 썼던 장문의 문장으로 내 자신에게 한번 더 다짐할 수 있었거든요.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게 뭔지.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할 수 있는지..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에 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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